📑 목차
기준을 지키는 날과 다시 무너지는 날 사이에서 배우게 된 ‘유지’의 의미. 흔들림 속에서도 다시 돌아오는 방법을 발견해 가는 변화의 기록.
기준을 지키는 날과 다시 무너지는 날
유지라는 이름의 또 다른 변화
나만의 기준을 만들고 나서, 나는 한동안 마음이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기준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루를 대하는 태도가 이전과는 분명히 달라졌고, 선택의 방향 역시 훨씬 또렷해졌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망설이거나, 선택 앞에서 괜히 오래 고민하던 시간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 덕분에 하루가 조금 더 단순해졌고, 마음도 이전보다 차분해진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나는 또 다른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기준을 세운다고 해서, 매일 그 기준을 완벽하게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오히려 기준이 생긴 이후부터는, 기준을 지키는 날과 그렇지 못한 날이 이전보다 더 또렷하게 구분되기 시작했다. 기준이 분명해진 만큼,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순간도 더 선명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기준이 거의 의식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작동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나는 습관처럼 몸 상태를 한 번 살폈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특별한 결심을 하지 않아도, 지금의 컨디션에 맞는 선택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식사 시간에도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선택이 정리되었고, 저녁이 되어도 예전처럼 자동으로 음식으로 향하지 않았다. 그런 날에는 변화가 노력의 결과라기보다는, 이미 생활의 일부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런 날들을 보내면서, 내가 만들었던 기준이 단지 머릿속에만 있는 생각이 아니라, 실제 생활 속에서도 충분히 작동할 수 있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하지만 모든 날이 그런 식으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어떤 날은 아침부터 기준이 유난히 흐릿하게 느껴졌다. 특별히 몸이 나쁜 것도 아니었고, 분명히 전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는데도, 선택 하나하나가 유난히 버겁게 느껴졌다. 사소한 결정 앞에서도 괜히 망설이게 되었고, 기준을 떠올리면서도 그 기준을 그대로 따르는 일이 부담처럼 느껴졌다. 그럴 때면 나는 기준이 나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그 기준을 잠시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날만큼은 기준 자체가 나를 지탱해 주기보다는, 지켜야 할 무언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 시기에 나는 ‘유지’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예전의 나는 유지를 아주 단순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정해 둔 기준이 지켜지면 성공이고, 지켜지지 않으면 실패라고 쉽게 나누어 생각했다. 기준은 항상 같은 방식으로 작동해야 하고, 그 기준에서 벗어나는 순간은 곧 후퇴라고 여겼다. 하지만 기준을 직접 만들고, 그것을 실제 생활 속에서 적용해 보니 유지는 그렇게 단순한 개념이 아니었다. 어떤 날은 기준을 대부분 지켰지만 한 부분에서만 무너졌고, 또 어떤 날은 기준을 거의 의식하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내다가도 하루의 끝에서는 다시 기준 쪽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면서, 그 모든 시간을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점점 분명해졌다.
기준을 지키는 날과 무너지는 날이 번갈아 나타나기 시작하자, 나는 또 다른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기준을 지금보다 더 엄격하게 만들어야 할지, 아니면 오히려 조금 더 느슨하게 조정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처음에는 기준이 흔들리는 이유를 전적으로 나 자신의 문제로 돌렸다. 내가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의지가 약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동안은 스스로를 더 철저하게 관리하려고 애썼다. 기록을 이전보다 더 꼼꼼히 남기고, 하루의 선택 하나하나를 더 엄격하게 들여다보려고 했다. 그 방식이 나를 다시 기준 안으로 끌어올려 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렇게 할수록 마음은 오히려 점점 더 조급해졌다. 기준을 지키지 못한 날에는 기록을 남기는 것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졌고, 기준을 어긴 하나의 선택이 마치 하루 전체를 덮어버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작은 흔들림 하나가 마음속에서 크게 부풀어 올라, 그날의 모든 선택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곤 했다. 나는 그때 다시 한 번 멈춰 서서, 내가 왜 이 기준을 만들었는지를 떠올리게 되었다. 이 기준은 나를 통제하거나 몰아붙이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 두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상기시켰다. 그 생각을 되새기자, 기준을 대하는 나의 태도 역시 다시 한 번 조정될 필요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기준을 지키는 방식에 대해 조금 다른 태도를 갖게 되었다. 기준을 ‘항상 지켜야 하는 규칙’이 아니라, ‘참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오늘 기준을 완벽하게 지키지 못했더라도, 내일 다시 그 기준을 떠올릴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기준을 어긴 날에도 기준 자체를 버리지는 않게 되었다.
생활 속에서는 이런 변화가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저녁에 음식이 생각나는 날이 다시 찾아왔을 때, 나는 예전처럼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았다. 그 대신 오늘은 어떤 이유로 이 선택이 어려웠는지를 생각해 보려고 했다. 하루가 유난히 길었는지, 감정적으로 지친 상태였는지, 아니면 단순히 예전의 습관이 고개를 든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을 가졌다. 그 질문은 선택을 바꾸지 못하는 날에도, 나를 이전과는 다른 위치에 서 있게 만들었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떤 날은 기준을 지켜 비교적 이른 시간에 누웠고, 어떤 날은 기준을 잊은 채 늦은 시간까지 깨어 있기도 했다. 예전 같았으면 그런 날을 실패로 규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다음 날의 선택을 조금 더 의식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려고 했다. 하루의 마무리가 흐트러졌다고 해서, 그 다음 날까지 같은 방식으로 흘러가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조금씩 자리 잡았다.
커피에 대한 기준도 유지의 시험대에 자주 올랐다. 기준을 세운 이후에도, 나는 여전히 커피를 많이 마시는 날들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예전의 나는 ‘다시 돌아갔다’는 표현을 떠올렸겠지만, 지금의 나는 ‘잠시 기준에서 벗어났다’는 표현이 더 맞다고 느꼈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돌아갔다고 생각하면 모든 과정이 무의미해지는 느낌이 들지만, 벗어났다고 생각하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여지가 남았기 때문이다.
기준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기록은 다시 한 번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기록은 기준을 지켰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도구가 아니라, 기준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창구가 되었다. 어떤 날은 기록을 통해 기준이 자연스럽게 작동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어떤 날은 기준이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을 솔직하게 마주했다. 그 기록들은 나에게 판단보다는 이해의 재료를 제공해 주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기준을 지키는 날보다, 기준에서 벗어난 날에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기준이 잘 작동한 날에는 큰 고민이 없었지만, 기준이 무너진 날에는 왜 그런 선택이 나왔는지를 돌아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 생활의 취약한 지점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피로가 쌓일 때, 감정적으로 흔들릴 때, 일정이 불규칙해질 때 기준이 가장 먼저 흐려진다는 사실을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깨달음은 기준을 다시 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더 이상 모든 날을 같은 기준으로 바라보지 않게 되었다. 컨디션이 좋은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을 구분했고, 그에 따라 기준을 적용하는 강도를 다르게 가져가려고 했다. 기준을 하나의 고정된 틀로 두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가이드처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이 시점에서 나는 ‘유지’란 무엇인지 다시 정의하게 되었다. 유지는 매일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힘을 잃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준을 지키는 날과 무너지는 날이 공존하더라도, 전체 흐름이 완전히 달라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유지라고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지금의 나는 여전히 기준을 지키는 날과 그렇지 못한 날을 오간다. 어떤 날은 스스로에게 꽤 만족스럽고, 어떤 날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분명한 변화는, 그런 날들에 대한 태도다. 나는 더 이상 하루의 결과로 나 자신을 평가하지 않는다. 대신 그날의 선택이 다음 선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바라보려고 한다.
이 글은 기준을 세운 이후, 그것을 실제 생활 속에서 유지하려고 애쓰는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기준을 만든다고 해서 모든 것이 정리되는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또 다른 형태의 흔들림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도, 나는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나 자신을 대하고 있다. 그 차이가 지금의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다음 글에서는, 기준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내가 자연스럽게 만들어 낸 또 다른 습관들, 그리고 기준이 더 이상 의식되지 않아도 작동하기 시작한 순간들에 대해 기록해 보려고 한다. 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나는 그 흐름을 계속해서 따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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