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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내시경 결과를 받기 전, 이미 몸은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장상피화생 진단 이전의 식습관, 야식, 커피, 반복된 위 불편함을 돌아보는 솔직한 건강 기록.
위내시경 결과를 보기 전, 나는 이미 신호를 받고 있었다
첫 글에서 나는 장상피화생이라는 단어를 처음 마주했던 순간을 이야기했다. 그때는 모든 일이 갑작스럽게 벌어진 것처럼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 차분히 돌아보니 그 결과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이미 꽤 오랜 시간 동안 내 몸으로부터 여러 가지 신호를 받고 있었고, 다만 그 신호를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을 뿐이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익숙하다는 이유로, 나는 내 몸의 말을 지나치게 쉽게 넘기고 있었다. 이 글에서는 건강검진을 받기 전까지 내가 어떤 생활을 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나타났던 증상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흘려 보냈는지를 솔직하게 기록해 보려고 한다.

나는 평소 바쁘다는 이유로 식사를 대충 해결하는 날이 많았다. 아침은 자연스럽게 건너뛰는 경우가 잦았고, 점심은 업무 사이에 빠르게 먹는 것이 이미 습관처럼 굳어 있었다. 식사 시간은 늘 다른 일정에 밀려 촉박하게 느껴졌고, 음식의 종류나 조합보다는 얼마나 빨리 식사를 끝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했다. 그때의 나는 배를 채우는 행위와 식사를 한다는 의미를 거의 같은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음식을 천천히 씹어 먹거나, 식사 자체에 집중하는 시간은 내 하루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저녁이 되면 또 다른 패턴이 거의 자동처럼 반복되었다. 하루 동안 쌓였던 긴장과 피로가 조금씩 풀리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음식이 떠올랐다. 배가 고파서라기보다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과정의 일부처럼 느껴졌던 경우가 더 많았다. 야식이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한 시간이었지만, 잠들기 전 무언가를 먹지 않으면 하루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 시간을 나름대로의 보상이라고 생각했고, 하루를 무사히 버텨낸 나 자신에게 허락된 작은 위로라고 여겼다. 그 선택이 반복될수록 익숙해졌고, 그로 인해 내 몸에 어떤 부담이 쌓이고 있을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속이 불편한 날도 분명히 존재했다. 식사를 마친 뒤 더부룩한 느낌이 평소보다 오래 지속되는 날이 있었고, 명치 쪽이 답답하게 막힌 듯한 감각이 들 때도 있었다. 가끔은 신물이 올라오는 듯한 느낌이 스쳐 지나가기도 했지만, 나는 그 순간을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요즘 유난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렇다고 스스로를 설득했고, 피곤한 시기라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반응일 거라고 생각했다. 며칠이 지나 다시 괜찮아지면, 그날의 불편함은 자연스럽게 기억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나는 불편함이 반복된다는 사실보다, 다시 괜찮아졌다는 경험만을 선택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특히 밤에 침대에 누웠을 때 느껴지는 불편함은 여러 번 반복되었지만, 나는 그 역시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다. 바로 잠들지 못하고 한참을 뒤척이다 보면 가슴 쪽이 답답해지는 느낌이 들거나, 속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올라오는 듯한 감각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자세를 바꿔 보거나 베개의 높이를 조절하면서 원인을 다른 데서 찾으려고 했다. 수면 자세 때문이거나 단순히 몸이 피곤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쪽이 훨씬 편했기 때문이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하나의 경고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때그때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쪽을 반복해서 선택하고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나는 내 몸의 이상 신호를 완전히 무시했던 것이 아니라, 애써 정상적인 일상 속으로 밀어 넣고 있었던 것 같다. 특별히 참기 힘든 통증이 없다는 이유로, 당장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는 이유로, 나는 그 신호들이 조금씩 쌓이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했다. 몸이 보내는 작은 불편함들은 늘 그날의 컨디션이나 상황 탓으로 정리되었고, 그렇게 정리하는 것이 가장 쉬운 선택처럼 느껴졌다. 이 글은 그때의 나를 탓하기 위한 기록이 아니다. 오히려 왜 그런 선택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해 보려는 과정에 가깝다. 그리고 그 이해가 이후의 변화를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나는 솔직하게 남기고 싶었다.
커피 역시 내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다. 나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자연스럽게 커피를 마시는 날이 많았고, 그 순간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처럼 느껴지곤 했다. 공복 상태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오히려 그렇게 해야 정신이 또렷해진다고 믿었다. 오후가 되면 다시 커피를 찾는 일도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그때의 나는 커피가 하루의 리듬을 유지해 주는 도구라고 생각했고, 스스로를 커피에 비교적 강한 체질이라고 여기기도 했다. 한창 젊을 때는 하루에 커피를 몇 리터씩 마셔도 밤이 되면 깊이 잠들 수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남들보다 커피와 더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가끔 속이 쓰리거나 답답함이 느껴지는 날이 있었지만, 나는 그 원인을 커피와 직접 연결 짓지 않았다. 컨디션이 유난히 안 좋은 날이라서 그렇다고 넘겼고,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탓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그 불편함을 가볍게 처리했다.
지금 다시 돌아보면, 나는 내 몸의 불편함을 너무 쉽게 정상 범주 안에 포함시키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 속에서도 비슷한 표현들을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속이 안 좋다는 말, 더부룩하다는 말, 늘 피곤하다는 이야기는 특별한 증상이 아니라 흔한 인사처럼 오갔다. 그런 환경 속에서 나는 내 불편함 역시 누구나 겪는 평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특별히 이상하다고 느낄 이유가 없었고, 굳이 병원을 찾아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돌이켜 보면,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내 몸의 신호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았던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건강검진을 결심하게 된 계기 역시 아주 특별하지 않았다. 매년 일정이 되면 자연스럽게 받게 되는 정기검진이 다가왔고, 그 과정 중 하나로 위내시경이 포함되어 있었을 뿐이다. 나는 그 검사를 중요하게 생각하기보다는, 해마다 반복되는 절차 중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불편하긴 하지만 참고 지나가면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고, 검사를 받는 이유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지도 않았다. 검사 자체에 대한 부담은 분명히 있었지만, 그 부담은 잠시 견디면 끝난다는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검사 전날 금식을 하면서도, 결과에 대한 걱정보다는 그저 내일 하루만 무사히 넘기면 된다는 생각이 더 컸다.
하지만 검사 당일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으면서, 이전과는 조금 다른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대기실의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문득 그동안 무시해왔던 몸의 불편함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혹시 그 작은 신호들이 검사 결과로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이었다. 그 불안은 오래 머물지 않았고, 나는 곧 평소처럼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아무 일 없다는 듯 검사를 받았다. 그 순간까지도 나는 그 결과가 내 생활 전반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 거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이제 와서 과거의 시간을 차분히 돌아보면, 나는 내 몸을 꽤 오랫동안 삶의 뒷순위에 두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참기 힘든 통증이 없다는 이유로, 일상에 뚜렷한 지장이 없다는 이유로, 불편함을 참고 넘기는 것이 어느새 익숙해져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는 선택이 반복되면서, 내 몸의 상태를 돌아볼 여유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런 선택들이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쌓여 왔다는 사실을 나는 지금에서야 차분히 마주하게 되었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과거의 나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그때의 나는 그 나름대로 주어진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아가고 있었고, 대부분의 선택은 깊이 고민한 결과라기보다는 무의식적으로 굳어진 생활 습관에 가까웠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내 몸은 그 모든 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내가 외면했던 순간들까지도 몸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고, 그 기록이 어느 순간 결과로 나타났다는 사실을 이제는 인정하게 되었다.
다음 글부터는 건강검진 결과를 받은 이후, 내가 어떤 부분부터 바꾸기 시작했는지를 하나씩 기록해 보려고 한다. 갑작스러운 변화나 극적인 전환이 아니라, 아주 작은 선택들부터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솔직하게 남길 생각이다. 이 글은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되는 과거의 나에 대한 기록이다. 내가 어떤 생활을 해왔는지를 숨김없이 적어 두는 것이, 이후의 이야기들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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