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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지를 마주한 솔직한 감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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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검진 결과지를 다시 읽으며 마주한 솔직한 감정들. 장상피화생, 위축성위염 진단 이후 달라진 몸의 인식과 불안, 그리고 생활을 돌아보게 된 기록.

     

    건강검진 결과지를 다시 읽어보며 들었던 솔직한 생각들

    건강검진을 마치고 결과지를 받아 들었던 날 이후로, 나는 며칠 동안 그 종이를 쉽게 꺼내 보지 못했다. 이미 병원에서 한 차례 설명을 들었고, 결과가 어떤 내용인지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결과지를 다시 마주하는 일은 생각보다 마음에 부담이 되었다. 특별히 새로운 통증이 생긴 것도 아니었고, 당장 일상에 큰 변화가 생긴 것도 아니었지만, 그 종이 한 장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느껴졌다. 결과지를 꺼내 보는 순간, 그 안에 적힌 단어들이 내 생활 전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 것 같다는 막연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며칠 동안 일부러 서랍을 열지 않았고, 그 종이를 피하는 선택을 반복했다.

    건강검진 결과 기록 결과지를 마주한 솔직한 감정들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나는 조심스럽게 결과지를 다시 펼쳤다. 처음 결과지를 마주했을 때, 나는 문장을 예전처럼 빠르게 읽어 내려갈 수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필요한 부분만 대충 훑어보고 넘겼을 텐데, 그날은 한 줄 한 줄이 유난히 또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장상피화생, 위축성위염, 식도염이라는 표현이 나란히 적혀 있는 부분에서는 자연스럽게 시선이 멈췄다. 나는 그 단어들이 의미하는 정확한 의학적 설명을 떠올리기보다는, 그 단어들이 이제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단어들이 결과지 위에 적혀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내 몸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내 몸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전과는 조금 달라졌다는 걸 분명히 느꼈다. 이전에도 불편함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늘 그날의 컨디션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일시적인 문제로 받아들여 왔다. 며칠 지나 괜찮아지면, 그 불편함은 자연스럽게 잊혔다. 하지만 결과지를 다시 읽은 이후에는 같은 느낌이 와도 그냥 넘기기가 어려워졌다. 작은 더부룩함이나 속의 불편함도 이전보다 더 또렷하게 인식되었고, 그런 순간마다 결과지 속에 적혀 있던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나는 그 변화가 예민함 때문인지, 아니면 그동안 무시해 왔던 감각을 이제서야 제대로 느끼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나는 결과지를 받아들인 이후, 스스로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감각이 예전에도 분명히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결과를 알고 나서 더 예민해진 것인지 쉽게 판단할 수 없었다. 같은 불편함이 와도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졌고, 그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괜히 신경을 더 쓰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반대로 그동안 너무 무심하게 지나쳐 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 두 가지 감정이 번갈아 나타나면서, 내 마음은 한 방향으로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가장 크게 달라졌다고 느낀 점은 불안의 형태였다. 이전의 불안은 막연했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종류였다면, 결과지를 받은 이후의 불안은 훨씬 조용하지만 오래 남아 있었다. 낮에는 평소와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밤에 혼자 있는 시간이 되면 문득 결과지 속 문장들이 떠올랐다. 특별한 계기가 없어도 마음 한편에 묵직한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존재를 쉽게 떨쳐낼 수는 없었다. 나는 그 불안을 억지로 없애려 하기보다는, 지금 나에게 그런 감정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려고 했다.

     

    나는 한동안 결과지를 서랍 속에 넣어두고 일부러 꺼내 보지 않았다. 휴대폰으로 정보를 찾아보는 일도 의도적으로 미뤘다.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오히려 내 생각이 흐려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병원에서 들었던 설명과 결과지에 적혀 있던 문장들 만을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내 몸에 대한 판단을 외부의 수많은 이야기들로 채우기보다는, 지금의 나를 중심에 두고 생각해 보고 싶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결과지를 처음 마주했을 때 느꼈던 충격은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 자리를 대신해 다른 감정이 들어왔다. 그것은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는 책임감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이 결과가 나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내 몸을 대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은 분명해졌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넘어갈 수 있는 상태는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내 생활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그동안 반복해 왔던 식습관, 늦은 시간에 음식을 먹던 습관, 커피를 대하던 태도, 불편함을 애써 넘기던 방식들이 하나씩 연결되어 보였다. 물론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런 선택들이 내 몸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워졌다. 나는 그동안의 선택들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었는지를 처음으로 차분히 바라보게 되었다.

     

    나는 결과지를 계기로, 내 몸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바꿔야겠다고 느꼈다.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았지만, 예전처럼 불편함을 가볍게 넘기지는 않겠다는 생각만큼은 분명해졌다. 아주 작은 신호라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한번쯤은 멈춰서 생각해 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이 변화는 갑작스러운 결심이라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인식의 전환에 가까웠다.

     

    이 시기에 내가 가장 어렵게 느꼈던 점은 균형을 잡는 일이었다. 결과를 알고 난 뒤 너무 예민해져서 일상의 모든 감각을 문제로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았고, 그렇다고 이전처럼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무시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그 두 극단 사이 어딘가에서 나만의 기준을 찾으려고 애썼다. 불안한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바로 결론을 내리거나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보다는, 왜 이런 감정이 생겼는지를 먼저 들여다보려고 했다. 그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적어도 나를 불안 속으로 더 깊이 밀어 넣지는 않았다.

     

    결과지를 받은 이후 며칠 동안, 나는 자연스럽게 내 마음의 변화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몸의 상태만 적는 것이 아니라, 그 상태를 내가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도 함께 적었다. 어느 순간 불안해졌는지, 괜히 마음이 가라앉았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특별한 일이 없었던 날에도 결과지가 떠올랐던 상황은 언제였는지를 그대로 글로 옮겼다. 처음에는 이런 기록이 어떤 도움이 될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과정 자체가 나를 차분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는 걸 느꼈다.

     

    글로 적어 내려가다 보니, 내 감정이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나는 막연히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내 몸을 다시 이해하려는 과정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던 것에 더 가까웠다. 결과지는 그 과정의 출발점이었고, 그 이후에 이어진 감정의 변화는 특별한 사건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 흐름을 거스르기보다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쪽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완전히 정리된 상태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여전히 결과지를 떠올리면 마음이 조용해지고, 일상 속에서 하는 선택 하나하나를 예전보다 더 의식하게 된다. 무엇을 먹을지, 언제 쉬어야 할지 같은 사소한 결정들조차도 이전과는 다른 기준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하지만 분명히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나는 더 이상 내 몸을 모른 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안이 있어도 괜찮고, 모든 것이 확실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이 시간을 지나고 있다.

     

    이 글은 건강검진 결과 이후의 내 마음을 정리하기 위한 기록이다. 나는 이 기록을 통해 불안을 없애려 하기보다는,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고 느낀다. 불안을 적으로 삼기보다는, 내 몸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신호로 받아들이려는 연습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과정이 앞으로의 변화를 가능하게 만들어 줄 거라고 믿고 있다.

     

    다음 글에서는, 이런 마음 상태 속에서 내가 실제로 어떤 작은 행동부터 바꾸기 시작했는지, 그리고 그 선택들이 내 일상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하나씩 기록해 보려고 한다. 갑작스럽고 극적인 변화가 아니라, 아주 사소한 선택들이 어떻게 하루의 흐름을 바꾸었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할 생각이다. 이 글은 그 변화 직전의 마음 상태를 남긴 기록이며, 이후 이야기로 이어지는 중요한 지점으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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